임테기 두줄을 본 날부터 애기집, 난황, 심장소리를 듣고

9주 애기 심장이 뛰지않아 유산 판정받고 소파술 받기까지의 이야기

이렇게 글을 쓰는 내 자신을 보니 이제는 좀 나아졌나보다 싶기도 하다.

아직까지 완벽하게 괜찮다고 말할 순 없지만 계속 슬픔에 잠겨있을 순 없으니까 :)

유산을 겪고 나서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분들을 글을 읽으며 이상하게 묘한 위로를 받게 되었는데 이 글 또한 다른이의 위로로 닿길 바라면서 한 자 한 자 내려가보려 한다.


4월 5일 출근하기 전

그날 왜때문인지는 모르겠다. 그냥 갑자기 생리 예정일이 고작 이틀 지났을 뿐인데 이상하게 한번도 써보지 않은 임신테스트기를 해보고 싶었다.

씻기 전 임신테스트기를 해보았고, 설명서에 적힌 5분이 되기도 전에 소변이 닿자마자 너무나 선명하게 두 줄이 보였다.

 

태어나서 처음보는 두 줄...

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다니 너무 놀란 마음이 컸다.

출근해서 가까운 산부인과를 찾았다. 상황을 설명드리고 초음파를 봤다.

이 또한 처음 받아보는 초음파 사진

임신을 계획적으로 준비했던 상황이 아니였기 때문에 임신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던 나는

드라마에서 보던것처럼 배를 문질문질해서 임신을 확인하는 줄 알았는데....

질초음파를 보는것도 처음 알았고 이렇게 애기집이 생기는거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.

얼떨떨한 상태로 그 날 어떻게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.

집에가서 남편에게 소식을 알리고 그 다음날 귀엽게 케이크와 꽃을 사두고 나를 기다리던 착하고 멋진 남편

 

회사 근처가 아닌 집 근처 산부인과를 검색해봤다.

출산까지 가능한 병원으로 찾아보았고 집에서 차로 20~25분정도 걸리는 곳을 찾았다.

5주가 되던 날 병원을 갔고 애기집 안에 작게 난황이 생긴걸 보았다.

 

 

임신되는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 신비했다.

이렇게 난황이라는게 생기는것도 몰랐던 나.. 처음부터 얼굴몸통팔다리가 있는 줄 알았다. ㅎㅎ

2주 뒤에 다시 오면 된다는 말을 듣고 7주차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.

이 날은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.

다른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곤 한다는데 나는 그저 마냥 신기하고 이렇게까지 확인할수 있는 의학기술에 감탄하고 있었다.

 

7주차 태아 심장소리

선생님이 좋다고 했고 또 2주 뒤에 방문하라고 했다.

그리고 9주가 되던 날 병원을 갔다.

그 전에는 사람의 모습이 없었는데 9주가 되어 가니 머리 몸통 팔 다리가 선명하게 보였다.

그런데 이상하게 심장부분의 반짝임이 보이지 않았다.

내 눈에도 이상함이 보여 의사선생님께 "애기 심장이..." 라고 하니 선생님이 옆에서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상담실로 자리를 옮겼다.

애기 심장이 멈췄고 유산으로 보인다. 소파술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.

임신을 알았을 때보다 더 많이 놀라고 충격이 컸다.

평소에 건강하고 유산의 낌새를 느낄만한 요소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.

그 다음주 월요일 오전으로 수술을 예약하고 돌아오는 택시 안

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.

3일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, 내가 사랑을 주지 않아서 떠나갔나 그때 그걸 먹어 그런가, 그때 거길 가서 그런가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.

첫 임신이라 기쁨보다 신기함이 컸었다.

주변에 힘들게 임신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쉽게 되길래 자만했던 탓일까

임신하고 나니 생리가 멈추는것 빼고는 다 단점투성이라고 투덜됐기 때문이었을까

우울증 환자가 되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찬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고 왜 나한테 이런일이 생긴걸까 하며 너무 큰 슬픔속에 시간을 보냈다.

그리고 수술하기 전날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 기운을 차려나갔다.

월요일 오전이 되어 산부인과를 갔고, 수술 접수 후 PCR 검사를 받았다.

코로나 음성 확인이 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.

간단하게 바지만 수술용 치마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.

간호사선생님이 링거를 꽂아주고 수술실로 바로 들어갔다.

곧이어 마취 선생님이 들어와 수면마취를 해주고 그 다음에 눈떠보니 다시 병실로 들어와있었다.

영양제 링거를 추가했어서 그 링거를 다 맞고 나왔다.

수술이 끝나고 링거 맞기까지 1시간도 안걸렸던것 같다. 처방받은 약을 받고 집으로 복귀

남편이 옆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었다. 계속 새 밥에 미역국, 소고기를 차려주었다.

수술하고 연달아 3일동안 계속 병원을 가서 자궁소독과 항생제 엉덩이 주사를 맞았다. 3일째 되던 날 아직 조금 자궁 안에 피가 남아있긴 하지만 곧 나올거라 하셨고 재수술은 필요없는 상태라 했다.

2주 뒤에 다시 경과를 보자고 했고 2주 뒤에 갔는데 깨끗해진 자궁을 볼 수 있었다.

다행히도 회복은 잘 되었다.

몸의 회복은 잘 되었지만 마음의 회복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.

소파술 했을 때 수술날부터 5일 푹 쉬고 출근을 했는데 

일할 때는 바빠서 잊어버리다가도 문득문득 슬픔의 감정이 올라오는건 어쩔 수 없었다.

요즘은 영양제도 잘 챙겨먹고 친정에서 해 준 보약도 먹으면서 몸관리를 하고 있다.

 


소파술 하고 3일차 소독하던 날

날씨가 너무 좋았다. 역시 계절의 여왕 5월 다웠다.

계속 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해서 에버랜드로 바람을 쐬러 갔다.

남편은 반대하며 집가서 쉬길 바랬지만 내가 계속 집에만 있으니까 슬픈 생각만 들고 안되겠다하며 꽃 보러 가고 싶다고 졸랐다.

에버랜드에 가니 온갖 중학교에서 소풍을 왔다. (눈치게임 실패 ㅠㅠ)

그래도 좋았다.

몇 년만의 에버랜드였고, 남편과 이렇게 같이 붙어있으면서 쉼의 시간을 갖는것도 좋았다.

야간퍼레이드까지 야무지게 보고 나왔다.

 

유산도 출산과 마찬가지라서 몸조리를 잘해줘야 한다고 한다.

그런데 자기 몸 컨디션을 스스로 체크하면서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어느정도의 움직임은 괜찮은 것 같다.

 

다음 포스팅에서는 좋은 소식을 남길 수 있길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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